< 연합뉴스 인터뷰> 코쉭 의원 “대북접근·통일문제 긴 호흡 필요”
2015년 7월 15일 부터 7월 17일까지 열린 제 14차 한독포럼에서 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이 하르트무트 코쉭 의원(한독포럼 공동대표 및 독한의원 친선협회 회장)과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로스토크<독일>=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하르트무트 코쉬크 한독포럼 공동대표는 대북 접근과 통일 문제에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한 의원친선협회 의장이기도 한 코쉬크 독일 연방하원 의원은 최근 제14차 한독포럼이 열린 독일 북동부 로스토크시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쿠바의 관계정상화와 이란핵 문제 해결 사례를 들어 이같이 밝혔다.
코쉬크 의원은 지금의 북한 상태로 미뤄볼 때 남북간에는 고위급 채널 보다는 실무 단위의 대화가 더 나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물밑 대화 같은 것도 좋겠다고 예시했다.
코쉬크 의원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에 관해서는 “앞으로 협상 결과에 달려있다”라고 원론을 피력하는 데 그쳤다.
그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과정과 이후 일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유럽통합 역주행 리더십 논란에 대해선 그리스와의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그것이 답을 보여준다”라며 통합 리더십의 약화 관측을 부정했다.
코쉬크 의원은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원내 단일교섭단체 세력이자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 소속 7선으로 북한도 자주 방문한다. 또한 한독 양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일외교정책자문원회의 독일 측 자문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 한국통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이다.
— 지금의 남북관계 교착을 어떻게 풀수 있다고 보나.
▲ 중요한 것은 계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관계 형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크고, 거시적인 차원보다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밑 작업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고위급 대화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한때 남북 사이에 고위급 대화에 관한 가능성이 타진됐을 때에는 고위급 대화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5월말-6월초 방북 이후 견해가 바뀐 것인가.
▲ 그동안 남북한을 다 방문하고 나서 받은 인상이다. 고위급 대화 보다는 실무급 대화부터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북한 당국의 대화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나.
▲ 북한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풀리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고 본다. 대화의 주제는 아주 중요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 개선이든, 보건이든 서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라도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 한국에서도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을 추구하면서 옛 서독의 동독을 향한 ‘작은 발걸음’ 정책 같은 것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우리(독일)는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북한와 대화하고 협력하려는 시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북한에 가서 이 주제로 정치인 등 저명 인사들과 대화해 보니 모두가 그것을 흡수시도, 즉 자신들을 삼켜버리려는 시도로 이해하고 있더라. 남북간에 신뢰의 부재와 결핍이 있는 것이다. (대북 접근과 통일 문제에선)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다가가기 위해선 때론 조용한 국면도 있어야 하고 침묵도 있어야 하는 등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란 핵문제 해결, 미국과 쿠바의 관계정상화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린 일인가. 현재로선 미국과 북한간 직접 대화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안보 시스템도 갖추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대화에 겁 먹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독일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 통독 25주년을 맞았지만 옛 동서독 지역간 격차와 다른 후유증도 많다. 1990년 통일 추진 당시 여당의 조속통일론과 야당의 점진통일론이 맞서기도 했다.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조속통일론이 결국 나은 선택이었다고 보는가.
▲ 좋은 결정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사회민주당 사람들도 모두가 점진통일론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 같은 분은 콜 총리를 지지했다. 브란트는 통일로 가는 모든 대화 기회를 이용하라고 콜에게 조언했다.
—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문제 대처 과정에서 ‘유럽의 메르켈'(유럽통합 리더십)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그리스와의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그것이 답을 보여준다.
— 독일이 과거사 청산을 말로만 하고 실질적인 보상 등 제대로 된 청산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지 않나. 그리스 정부가 요구하는 과거 나치 피해 배상 문제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도 그런 예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독일은 20세기 두 가지의 독재를 경험했다. 하나는 나치독재였고, 다른 하나는 공산독재였다. 나는 21세기 들어서 우리가 진행하는 과거사 청산 방향이 전체적으로 맞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사 청산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최근 94세 그뢰닝의 재판 사례도 그런 맥락이다. 그리스 정부의 그런 주장은 (과거 국제 관련협정에 따라 이미 해결돼) 국제법적 근거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인도주의적으로 개별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는 있다고 본다.
—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은 결국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 그것은 앞으로 협상 결과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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